’평생 2인자’ 北 장성택…”불안정한 지위의 연속”

’평생 2인자’ 北 장성택…”불안정한 지위의 연속”

입력 2013-12-04 00:00
업데이트 2013-12-04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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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위상 회복 쉽지않을 듯

정치권력에서 2인자의 지위는 늘 불안정하다. 특히 북한 같은 절대 권력 세습 체제에서 2인자의 위상은 ‘모래 위에 쌓은 성’만큼이나 위태위태하다. 언제 어떻게 무너질지 모르는 것이다.

북한 김정일 체제부터 김정은 체제에 이르기까지 줄곧 2인자의 길을 걸어온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의 삶이 그러했다.

장성택의 실각 여부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노동당 행정부에 있던 그의 심복들을 처형, 수족들을 잘라냈다는 점에서 그의 입지에 심각한 변화가 일어났음은 분명해 보인다.

장성택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일한 여동생인 김경희 노동당 비서와 결혼하면서 김정일의 후계체제부터 그의 집권 기간 내내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2인자로 군림했다.

공식 서열은 낮아도 김정일 다음으로 권력을 누린 최고의 실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성택의 권력은 최고지도자의 일인 지배 체제에 필요한 범위에서만 가능했다.

늘 김정일 위원장의 견제를 피할 수 없었다. 김 위원장은 장성택의 입지가 커져 위험수위에 이른다고 판단될 때마다 그를 실각시켰다.

일례로 1970년대 초반 노동당 국제부 과장이던 장성택은 김 위원장의 측근 비밀파티를 흉내를 내 외교부 간부 등 자신의 측근들로 별도의 파티를 연 사실이 보고되면서 평양과 인접해 있는 평안남도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에 내려가 2년간 노동을 해야만 했다.

또 2004년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던 장성택은 사생활과 분파행동 등을 이유로 무려 2년간 업무정지 처벌을 받았다. 노동당에 포진돼 있던 장성택의 측근들도 전부 지방으로 좌천됐다. 사실상의 실각이었다.

당시 장성택의 처벌을 주도한 인물은 장성택과 사이가 나빴던 리제강 당시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었다. 권력 내부의 암투가 장성택 실각에 촉매제 역할을 한 셈이다.

그러나 2006년 업무에 복귀한 장성택은 2인자로서 지위를 회복하기 시작했다.

그는 특히 2008년 김정일 위원장의 와병으로 사실상 국정을 장악하고 김정은을 후계자로 내세워 김정은 후계체제를 견인했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하지만 무난할 것 같았던 장성택의 지위는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 과정에서도 결코 순탄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장성택이 심복이라고 믿었던 국가안전보위부의 핵심 인물들이 그를 제치고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에 선봉장이 되면서 보이지 않는 갈등이 존재했다는 것이 대북소식통들의 전언이다.

다른 대북소식통은 “말년의 김정일 위원장이 건강이 아주 좋지 않았지만 여전히 절대 권력을 가진 1인자로 버티고 있어 장성택도 조심스럽고 마음대로 하기 어려웠다었다”고 말했다.

2011년 김정일 위원장의 급작스런 사망은 장성택에게 또 한 번의 기회로 다가왔다.

그는 김정은 체제를 공식 출범시키면서 20대 후반에 최고 권좌에 오른 김정은을 대신해 ‘섭정’을 시작했고 사실상의 1인자로 자리를 굳히는 듯싶었다.

노동당은 물론 일부 군부 요직에도 장성택의 사람들로 채워졌다.

그러나 1945년 광복 이후 김일성 1인지배 통치가 정착된 이래 절대 권력자의 지위를 이어가는 김씨 세습 체제는 예상보다 공고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권력 기반이 아무리 허약하다 해도 김정은은 공인된 김씨 세습체제의 권력자일 뿐 아니라 최고사령관, 노동당 제1비서, 국방위 제1위원장 등 모든 권좌를 차지한 명실상부한 공식 1인자였기 때문이다.

대북소식통은 “장성택은 두차례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3차 핵실험 같은 강경 행보가 김정은 체제의 연착륙에 불리하다고 판단했지만 이를 막을 명분도 지위도 갖지 못했다”며 “2인자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난 2년간 잦은 현지지도를 통해 국정운영에 자신감을 느끼면서 장성택이 아닌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김정은 체제가 자리를 잡아갈수록 1인자를 능가할 정도로 막강했던 2인자의 지위는 그만큼 위태로워지게 마련이다.

평소 굳건해 보이는 것 같아도 절대 권력자가 아닌 2인자의 지위는 충격에 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북한 체제가 3대로 이어지는 세습 절대 권력에 길들어져 있는데다 권력욕이 강한 김정은 제1위원장이 자신감을 찾아가면서 자신의 권위와 지위를 흔들 수 있는 2인자를 용납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장성택의 실각이 만약 사실이라면 김정일 때와 달리 그의 재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일 위원장은 1인 지배 체제가 확립된 상황에서 장성택에 대한 견제와 복귀를 반복했던 것과 달리 여전히 권력 기반이 허약한 김정은 제1위원장의 입장에서는 그를 재기시킬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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