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 北 외교·대남라인 한시대 저물어… ‘공세 외교’펼 듯

[뉴스 분석] 北 외교·대남라인 한시대 저물어… ‘공세 외교’펼 듯

문경근 기자
문경근 기자
입력 2016-05-22 22:46
업데이트 2016-05-23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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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김양건 이어 강석주도 식도암 사망

강석주, 김정은까지 3대 걸쳐
김양건과 함께 ‘노련한 협상가’
軍 강경파 실세 김영철 급부상
한반도 정세 불확실성 고조될 듯


지난해 북한의 대남총책인 김양건 대남비서의 사망에 이어 북한식 ‘벼랑 끝 외교’의 주역이었던 강석주 전 당 국제비서가 지난 20일 사망하면서 수십년간 북한의 외교·대남 정책을 주물러 온 주축들이 모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강석주는 김양건과 더불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핵심 참모로 활동하며 대외적 위기 때마다 구원투수 역할을 해 온 ‘외교 실세’였다. 특히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당시 ‘봉이 김선달식 거래’로 초보 원자로 기술인 5㎿급 흑연감속로를 내놓는 대신 미국으로부터 발전된 기술인 1000㎿급 경수로를 제공받아 현재까지도 외교가에서 ‘협상의 달인’으로 회자되는 인물이다.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지난 21일 “강석주 동지는(식도암으로 인한)급성호흡부전으로 2016년 5월 20일 16시 10분 76살을 일기로 애석하게도 서거하였다”고 밝혔다. 강석주는 1980년대부터 김정은 정권 초기까지 북한 외교를 이끌어 온 주역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2일 “강석주는 김일성·김정일 시대는 물론 김정은 정권 초기 북한 외교의 핵심이었다”며 “대미 강압외교라고 불리는 ‘벼랑 끝 외교’를 통해 미국이 관심을 갖는 핵 문제를 의제로 해서 미국을 협상장으로 불러낸 노련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강석주와 함께 대미외교의 선봉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도 지난 1월 이후 북한 매체에서 모습이 사라져 2선 후퇴설이 제기되고 있다. 김계관은 이달 초 노동당 대회에서 중앙위원에 올랐고 21일 강석주 장의위원 명단에도 포함됐지만, 정황상 이미 영향력을 상당 부분 상실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 입장에서는 대미외교에 경험이 많은 김계관을 완전히 은퇴시키지는 않을 테지만, 이번 제7차 당 대회에서 부상이었던 리용호가 외교수장에 오르면서 김계관과 서열이 역전된 상태”라고 말했다.

새롭게 정비된 북한 외교 라인은 리수용 당 부위원장·리용호 외무상으로 채워졌다. 이들은 국제사회를 상대로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받는 데 주력하는 ‘공세적 외교’를 펼칠 전망이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강석주의 사망이 자연스러운 외교 라인의 교체로 이어지면서 오랫동안 외교 분야에서 근무한 리수용·리용호가 북한 외교를 이끌어 가는 모양새”라며 “따라서 김정은 시대의 외교도 김정일 때와 색깔이 달라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문제는 김양건의 뒤를 이은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군 출신의 강경파 실세라는 사실이다. 그는 천안함 폭침과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건에서 폭침 배후로 지목된 인물이다. 김양건, 강석주 등 노련한 협상가들이 사라진 상황에서 김영철 등이 강경 노선을 주도하며 독주할 경우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이 고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2016-05-2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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