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여성 살인범’ 도망가지 않고 왜 자수했나

‘중국 여성 살인범’ 도망가지 않고 왜 자수했나

입력 2016-05-15 13:39
업데이트 2016-05-1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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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뒤 불안한 마음으로 생활” 압박감에 경찰 찾아가

제주에 체류하는 중국 여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중국인 S(33)씨가 경찰 수사가 진행된 이후 중국으로 도망갈 시간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실행에 옮기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S씨는 14일 오후 1시 30분께 제주동부경찰서 삼양파출소를 찾아가 자신이 중국 여성을 살해한 범인이라고 밝히며 자수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30일 평소 가깝게 지내던 중국인 여성 A씨를 말다툼 도중 살해한 뒤 사흘간 시신 유기 장소를 물색하다 서귀포시 안덕면 야산에 버렸다.

A씨의 금융 계좌에서 현금 600여만원을 세 차례에 걸쳐 인출한 그는 1월 3일 휴대전화 인터넷을 통해 ‘중국인 여성 살인’이라는 검색을 하기도 했다.

경찰의 수사가 시작됐는지 알기 위함이었다.

한국어를 70∼80% 정도 알아들을 수는 있지만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이 없었던 S씨는 번역기를 돌려 검색을 했고, 검색결과도 번역기를 돌려 알아냈다.

그러나 사건 발생 이후 석 달 넘게 아무런 일도 없었다.

경찰 조사받는 S모씨

지난달 13일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한 임야에서 고사리를 채취하던 50대 남성이 시신을 발견하면서 비로소 경찰 조사가 시작됐다.

시신의 신원 확인과 단서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엉뚱한 한국인 남성을 용의자로 체포, 40여 시간 동안 조사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이후 경찰이 은행에서 돈을 찾는 남성의 CC(폐쇄회로)TV 영상을 확보, S씨를 용의 선상에 놓고 수사를 진행한 때는 지난 10일.

사건발생 133일 만이자 경찰수사 28일 만이었다.

경찰을 처음 만난 그는 당황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된 것을 전혀 알지 못했거나 경찰이 엉뚱한 한국인을 체포하는 등 자신에게까지 수사력이 미치지 못할 것이라 안심하고 있었까.

S씨는 ‘피해자와 알지 못하는 사이다’라고 진술하며 경찰에 뻔한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하려다 화를 자초했다.

또 불안해진 S씨는 휴대전화로 ‘루미놀(Luminol) 검사’라는 인터넷 검색을 했다.

루미놀이라는 시약을 통해 혈액 중의 철 성분을 가려내는 혈흔 반응검사로, 과학수사대 드라마를 통해 최근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진 검사법이다.

A씨를 차에서 살해할 당시 앞좌석에 묻은 혈흔을 지운 흔적이 경찰 조사에서 드러날 것을 염려한 탓이었다.

범행에 사용된 차량

이상한 기류를 감지한 경찰은 이어 사흘 뒤 통화기록과 인터넷 검색 기록 등을 확인하기 위해 다시 찾아가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S씨는 휴대전화를 압수당한 다음 날인 14일 오후 경찰에 자수했다.

S씨는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가정이 있었기 때문에 도주할 계획은 없었다”며 범행 뒤 그동안 불안한 마음으로 생활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경찰관에게 거짓말을 하게 됐고 형사들의 추궁이 더해지자 압박감에 자수를 결정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S씨는 2005년 취업비자로 입국, 2010년 한국 국적의 여성과 결혼하면서 결혼 이민 비자를 받았다.

한국인 여성 사이에서 두 아이를 둔 그는 제주에서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관광안내나 음식점 등에서 주방일을 해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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