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기본 입장’만 밝힌 대통령…끊어치는 살라미 전술(?)

‘최소 기본 입장’만 밝힌 대통령…끊어치는 살라미 전술(?)

입력 2016-12-16 17:24
업데이트 2016-12-16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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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전략 초반 노출 최소화·쟁점별로 단계별 대응 포석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응할 법률대리인단이 국회의 탄핵소추이후 7일 만인 16일 내놓은 답변서에서 “대통령에게 탄핵사유가 없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놓으면서 향후 어떤 방어 전략을 펼칠지 관심을 끈다.

우선 대리인단은 법조계와 정치권의 예상대로 ‘기본적인 입장’만을 담은 답변서를 제출했다. 답변서 분량은 법조계의 예상보다 많지 않은 24페이지 수준에 그쳤다.

이 같은 답변서를 놓고 법조계에서는 대체로 향후 청구인(국회) 측의 주장 전개와 헌재의 심판 과정에서 벌어지는 쟁점 공방 등에 따라 신축적인 대응을 위한 전략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검 수사가 진행되는 것을 감안해 이 부분 방어를 하면서 동시에 탄핵심판에도 대응하는 ‘양동 전략’을 펼치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우선 대리인단은 이날 답변서를 제출한 후 기자회견에서 “탄핵은 이유가 없다”는 입장만 내놓았다. 여러 쟁점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추후 밝히겠다”는 말을 되풀이 했다.

24페이지에 달하는 답변서도 개개 탄핵사유를 반박하기 보다는 탄핵사유가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 위주로 작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대통령 측이 탄핵소추의결서에 대해 세세한 소명을 하지는 않겠다는 입장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미 검찰 수사를 통해 ‘최순실 게이트’의 장본인 최순실씨를 비롯해 주요 공범들의 혐의는 상당 부분 드러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다시 답변서를 통해 특정 혐의나 사실관계를 반박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건 비효율적이고 큰 의미도 없다고 봤을 수 있다.

탄핵심판 사건의 핵심은 ‘대통령직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의 중대한 법위반이 있었는지’ 여부다.

탄핵을 규정한 헌법 제65조 제1항은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를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때’라고 규정한다. 여기서 ‘헌법이나 법률 위반’은 가벼운 위반이 아니라 공직자를 파면할 수 있을 정도의 ‘중대한 법 위반’을 의미한다.

따라서 박 대통령 측은 일단 답변서에서는 포괄적으로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을 정도의 중대한 법 위반’에 이르는 사유는 없다는 점을 주장하면서 세세한 쟁점에는 향후 제시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헌재 탄핵심판도 일반 재판의 원리와 마찬가지로 당사자가 내놓은 주장과 증거만으로 심리하는 ‘변론주의’에 따라 진행된다. 이는 사실과 증거의 수집, 제출 책임을 당사자에 맡기고 당사자가 제출한 자료를 재판의 기초로 삼는 민사소송의 대원칙이다.

결국 아직 준비절차에 불과하기 때문에 ‘모든 패’를 다 내놓을 필요가 없고, 향후 부각되는 쟁점에 따라 추후 본격적인 변론절차에서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고 논리를 보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울러 특검 수사에서 어떤 사실이 드러날지, 특검이 어디에 방점을 두고 공격할지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앞으로 벌어지는 수사 상황에 맞게 반박 논리를 계속 ‘미세 조정’할 필요성이 있어서 여지를 남기는 게 바람직한 측면도 있어보인다.

이는 자신들의 주장을 상대방인 국회 측에 최소한으로 노출시켜 추후 변론과정에서 주도권 쟁취를 시도해 보겠다는 의도로도 읽힌다. 대통령의 답변서가 제출되면 헌재는 즉시 상대방인 국회에 이를 송달해야 한다.

이와 함께 대통령의 입장이 일반에 공개되는 것을 방지해 자칫 여론이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답변서가 국회에 보내지면 공개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탄핵사유에 대한 구체적인 반박은 피하고 원론적 입장만 밝힌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대리인단 구성이 늦어지면서 구체적인 반박을 담은 답변서를 작성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9일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후 대리인단 구성에 나섰지만 선임이 쉽지 않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현재 대리인단 중 가장 선임인 이중환(57·연수원 15기) 변호사도 13일에야 선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협의가 덜 된 반박 주장을 답변서에 실을 경우 변론 과정에서 혼선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보아 협의가 된 최소한의 내용으로 답변서를 낸 후 점차 답변을 보강할 것으로 보여 박 대통령 측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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