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살처분 했으면…” 생계 막막 가축거래상 하소연

“차라리 살처분 했으면…” 생계 막막 가축거래상 하소연

입력 2017-06-11 17:50
업데이트 2017-06-1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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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0시부로 가금류 유통 금지…중간유통상엔 보상금 없어

“저희더러 AI의 주범이래요. 생계가 막히고 오명까지 쓰니 차라리 죽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전북 김제에서 육계 사육농장을 운영하는 가축거래상 노모(66)씨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이후 일손을 놓았다.

발병과 동시에 전통시장과 가든형 식당으로의 살아있는 가금류 유통이 금지된 탓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2일 0시부터 전국 모든 가축거래상인의 살아있는 가금류 유통이 전면 금지된다.

농장에서 하릴없이 사료만 축내고 있는 닭의 판로를 찾고 있던 노씨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가 운영하는 농장에는 육계 2만6천여 마리가 있다.

초복이 곧 돌아오는 이맘때쯤이면 하루에 닭 300∼400마리를 출하해야 하지만 팔 곳이 없다.

가금류 유통이 금지된 이후 지금까지 사룟값만 수백만원이 들어갔다.

AI가 발생한 농가는 살처분 보상금이라도 받을 수 있지만, 중간유통상에게는 그마저도 쥐어지지 않는다.

노씨는 “2천평이나 되는 농장에 가득 찬 저 닭들을 도대체 어쩌라는 말이냐. AI 여파가 언제까지 갈지도 모르고 그간 우리 같은 사람들은 다 죽게 생겼다”며 “차라리 농장에 AI가 발생해 살처분 보상금이라도 받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에서 닭을 사들이고 있지만, 내가 직접 내다 파는 금액보다 적게 준다”며 “농식품부에 항의하면 우리를 ‘AI 주범’ 취급하고 들어주지도 않는다”고 울분을 토했다.

전주 지역 식당과 전통시장에 닭을 유통하는 김모(55)씨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전북 지역에 AI가 발생한 이후 직접 기르던 닭을 팔 곳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전통시장과 가든형 식당 외에 판로라고는 대형 육가공업체뿐이다. 그런데 이들 업체는 위탁 사육을 맡긴 농장 외에 다른 상인과는 거래하지 않는다.

김씨는 “5∼6개월 전 AI 사태가 터졌을 때 간신히 고비를 넘겼는데 또다시 AI 때문에 살길이 막막해졌다”며 “그 틈에 서민들은 다 죽고 육가공업체와 계약을 맺은 대형 농가들만 살아남았다”고 하소연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내린 가축거래상인의 가금류 유통 금지 조치는 12일부터 2주 동안 시행된다.

2주 뒤에도 전통시장과 가든형 식당의 가금류 거래 금지 조치는 유지된다.

전북도 관계자는 “정부는 중간유통상의 닭을 수매하고 경영 안정을 위해 저금리 대출을 해주고 있다”며 “이런 혜택 외에 사실상 이들은 정부 보상금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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