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거리’ 이색후보 취급받던 트럼프, 공화 대선후보 되기까지

‘농담거리’ 이색후보 취급받던 트럼프, 공화 대선후보 되기까지

입력 2016-05-04 11:04
업데이트 2016-05-04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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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마 선언 당시만 해도 언론·여론 ‘진지한 후보’로 여기지 않아 잇단 막말에도 출마 직후 지지율 11%서 꾸준히 상승…이젠 백악관 입성도 ‘가시권’

“우리는 조국을 또다시 위대한 나라로 만들겠다. 나는 신이 창조한 최고의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

지난해 6월 16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 타워에서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출마 선언을 했을 때만 해도 그가 공화당 대선후보가 되리라고 예상한 전문가는 아무도 없었다.

그의 출마 선언 당시 지지율은 한자릿수 초반대에 불과했고 아버지와 형이 미국 대통령을 지낸 ‘정치 명문가’ 출신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를 비롯해 워싱턴 정가에서 뼈가 굵은 쟁쟁한 정치인들이 그의 경쟁자였다.

경선전 초반 트럼프는 유력 후보라기보다는 다른 주류 후보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파격적인 ‘막말’로 화제를 일으키는 이색 후보였다.

TV 리얼리티쇼로 인지도를 높인 그가 수년째 저울질하던 대권에 도전했다는 자체도 화제였지만 한 나라의 대권 후보에게서 볼 수 없던 강도 높은 ‘막말’이 단연 관심거리였다.

그는 출마 선언 당시 “멕시코가 문제 많은 사람을 (미국으로) 보내고 있다. 이들은 성폭행범이고 마약, 범죄를 가져오고 있다”면서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쌓겠다는 막무가내 공약을 처음 내세웠다.

아웃사이더 정치인의 ‘신선한’ 출마 선언에 소셜미디어는 달아올랐다.

트럼프 출마 선언 직후인 이날 정오부터 17일 자정까지 12시간 동안 페이스북에서 340만 명이 트럼프 관련 게시물에 댓글을 달거나, ‘좋아요’를 누르거나, 글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총 640만 건의 반응을 보였다.

출마 선언 당일 470만 명이 반응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다음으로 많은 것으로, 먼저 출마를 선언했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210만 명, 부시 전 주지사 49만 명보다 단연 앞섰다.

언론도 연일 트럼프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그러나 언론이나 소셜미디어의 반응은 정상적인 관심이라기보다는 비난이나 조롱에 더 가까웠고, 리얼리티쇼 스타의 대선 출마는 진지함보다는 농담거리로 치부됐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자리에서 할리우드 단역 배우들을 대거 동원했다거나 페이스북 팔로워를 돈 주고 샀다거나 하는 등의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트럼프의 천문학적인 재산이나 과거 막말들을 조명하기도 했다.

출마 선언 직후 트럼프는 단숨에 구글 검색 최상위를 차지했으나 검색 문구는 ‘트럼프는 공화당원인가’ ‘트럼프의 재산은 얼마나 되나’ ‘트럼프는 대선 레이스를 완주할 것인가’ 등의 내용이었다.

그러나 출마 선언 일주일 만에 발표된 폭스뉴스 여론조사에서 그는 출마 선언 이전보다 2배 이상 오른 11%의 지지율로, 당시 유력 주자로 꼽히던 부시 전 주지사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멕시코 이민자 막말로 사방에서 거센 공격을 받는 와중에도 초반부터 심상치 않은 강세를 보여준 것이다.

다만 이때도 공화당 프라이머리 유권자의 64%가 그는 일종의 ‘여흥’을 위해 대선 출마를 선언한 것이라고 답했으며, 그를 ‘진지한 후보’라고 여긴다는 응답은 29%에 불과했다.

트럼프의 예기치 못한 선전에 공화당은 당황했고, 민주당은 쾌재를 불렀다.

트럼프는 탄력을 받은 듯 막말 퍼레이드를 이어갔고, 이러한 ‘노이즈 마케팅’이 주효했는지 트럼프는 7월 초 공개된 이코노미스트-유고브의 여론조사에서 15%의 지지율로 공화당 후보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당시 언론들은 성향을 막론하고 대체로 트럼프에 비판적인 기조를 유지했으나, 시청률과 열독률을 담보하는 ‘트럼프’라는 따끈한 소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이 가운데 온라인매체 허핑턴포스트는 “트럼프의 선거유세는 구경거리다. 우리는 미끼를 물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기사를 연예면에서 다루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가세로 공화당 경선은 진흙탕으로 변해갔고, 그 와중에도 트럼프 지지율은 20%를 넘어서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8월 처음 열린 공화당 TV 토론에서도 트럼프는 주인공이었다. 토론회 이후 진행자이던 폭스뉴스 여성 앵커 메긴 켈리와의 설전이 거센 역풍을 불러오며 공화당 내에서 사퇴론까지 나왔으나 지지율은 오히려 상승해 30%를 넘어섰다.

10월 들어 또다른 막말 주자인 신경외과 의사 출신 보수논객 벤 카슨에게 1위 자리를 잠시 내주기도 했으나 이내 선두를 탈환했다. ‘무슬림 입국 금지’ 발언이나 잇단 여성 비하 발언 등도 대세론을 꺾지 못했다.

트럼프를 상대적으로 가볍게 다뤘던 언론들까지 ‘정색’하고 트럼프를 비판하거나 검증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경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2월 1일 대선 풍향계인 첫 아이오와 주 경선에서 트럼프는 크루즈에 이어 2위에 그치며 일격을 맞았다.

그러나 바로 이어진 뉴햄프셔와 사우스캐롤라이나, 네바다에 이어 3월 ‘슈퍼 화요일’ 대전에서도 압승을 거두며 점점 승기를 굳혔다.

그리고 마침내 3일 인디애나 주에서도 승리하며 2위 후보 크루즈의 항복을 받아냈고,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됐다.

최근 본선 상대인 클린턴과의 양자 대결에서도 지지율이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오면서 트럼프는 경선 출마 선언 당시만 해도 꿈같이 여겨졌던 백악관 입성까지 내다볼 수 있는 입장이 됐다.

‘멕시코 이민자 성폭행범’ 발언으로 논란과 조롱 속에 대권 도전을 선언한 지 10개월여 만의 일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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