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년 전통‘ 美공화당 몰락?…`아웃사이더’에 대선후보 내줘

`160년 전통‘ 美공화당 몰락?…`아웃사이더’에 대선후보 내줘

입력 2016-05-04 09:26
업데이트 2016-05-04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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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닉 속 트럼프에 줄서기·눈치보기·반발 혼재하며 내분 불가피 전망

160년 전통의 미국 공화당이 3일(현지시간) ‘몰락’의 길로 들어섰다.

미국 중동부 인디애나 주 경선을 계기로 막말과 기행을 일삼은 극우 선동가이자 부동산 재벌인 ‘아웃사이더’ 도널드 트럼프에게 당 대선후보 자리를 맥없이 내주게 되면서다.

트럼프의 당 대선후보 저지에 필사적이었던 공화당과 주류 엘리트들은 설마설마했던 우려가 결국 현실로 다가오자 말할 수 없는 충격과 공포, 패닉으로 빠져든 모습이다.

◇ 에이브러햄 링컨의 당에서 극우 선동가 트럼프를 대선후보로 = 노예해방과 불법 이민자의 사면 등 역사적 조치를 통해 미국사를 새롭게 써왔던 에이브러햄 링컨, 시어도어 루스벨트, 로널드 레이건의 당은 이제 길고 어두운 터널 앞에 서게 됐다.

이러한 공화당의 몰락은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세계화에 따른 생산직 일자리의 감소와 소득불평등이 이어지며 미국인 중산층 삶의 붕괴가 서서히 진행돼왔지만, 공화당은 생산공장 국외 이전과 일자리 감소의 대처를 외면하고 월가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 급급했다.

‘하원 자유코커스’가 중심이 된 급진 티파티 세력에 의해 좌지우지된 당은 ‘오바마 케어’의 발목을 잡아 결국 2013년 연방정부 재정지출이 중단되는 셧다운을 일으키며 환멸을 산다.

또 오바마케어의 좌초 시도에 더해 이민개혁과 총기규제의 반대 등은 공화당이 정책·대안 정당이 아니라 ‘반대를 위한 반대’만 일삼는 무기력하고 강경한 구태 세력이라는 이미지만 키웠다.

공화당 경선 레이스에서 난립했던 주류 정치인들을 철저히 외면받고 나가떨어진 것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였다.

공화당 주류들이 설자리를 잃은 경선전은 보호무역주의와 고립주의를 앞세워 백인 노동자들의 분노를 이끌어낸 트럼프와 그에 못지않은 아웃사이더로 꼽히는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의 잔치로 전락했기에 이르렀다.

◇ 공화당 충격과 혼돈, 패닉…줄서기냐 외면이냐 기로 = 이날 트럼프가 인디애나 주 경선에서 승리해 사실상 당 대선후보로 정해지자 공화당은 혼돈에 빠져드는 모습이다.

이날 승리로 트럼프는 대선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 매직넘버 1천237명의 80%를 훌쩍 웃도는 대의원을 확보했지만, 공화당 연방의원들 가운데 트럼프 지지자는 여전히 1%에도 못 미치는 11명에 그쳤다.

트럼프를 공개로 지지하는 연방 상원의원은 제프 세션스(앨라배마)가 유일하고, 주지사들 가운데도 크리스 크리스티 등 3명만 트럼프 지지를 선언한 상태다. 이에 따라 향후 트럼프에 대한 줄서기가 가속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 과정에서 반발과 눈치보기 등 혼란스러운 모습이 연출될 전망이다.

공화당 측은 아웃사이더, 극우 선동가인 트럼프에 공화당이 후보를 내줄 수 없다는 당위론에 더해 그가 실제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에 필패할 것이라는 우려로 트럼프를 배척해왔다.

지난 2월 “트럼프가 후보가 되면 공화당은 본선에서 완패할 것”이라고 주장한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트럼프를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레이엄 의원은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라는 외교정책 기조를 제시한 이후인 지난 1일에도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전략을 대체할 어떤 대안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자신이 트럼프의 부통령 후보가 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타이타닉호 탑승권을 사는 일”이라며 거부감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제프 밀러(플로리다)와 빌 슈스터(펜실베이니아) 하원의원이 트럼프 지지 선언을 한 일은 ‘대선후보 트럼프’를 인정하려는 공화당 일각의 움직임이 가시화된 사례로 풀이된다.

밀러 의원은 당시 성명에서 “워싱턴 정치권의 견고한 관료주의를 부술 유일한 사람”이라고 지지 이유를 밝혔다.

지난 1월 표지에 ‘트럼프 반대’라는 말을 내걸었던 보수성향 잡지 ‘내셔널 리뷰’는 최근 크루즈 의원에게 배정된 대의원들 사이에서도 트럼프에 대한 거부감이 누그러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여전히 공화당 주류 정치인의 상당수는 마지막까지도 트럼프가 정말 대선후보가 될지를 놓고 눈치를 보고 있다.

CNN 인터뷰에서 공화당의 대선후보로 정식 선출된다면 트럼프를 지지하겠다고 말한 오린 해치(유타) 상원의원이나 선거운동 때문에 전당대회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말한 마크 커크(일리노이) 상원의원이 ‘눈치보기’ 또는 ‘거리두기’의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분류된다.

◇ 공화당 지도부 침묵 또 침묵…내분 예고 = 이런 상황을 수습해야 할 공화당 지도부 역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공화당의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공화당 경선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규정에 의해” 실시될 것이라고 말한 이후 이렇다 할 언급을 않고 있고, 특정 대선주자를 지지하지 않겠다는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의 경우 비공개 석상에서 트럼프에 대한 거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정치 분석가들은 이런 상황에서라면 트럼프가 자력으로 대선후보 자리를 차지할지와 무관하게 공화당 주류 내부에서 불협화음이나 파열음이 점점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워싱턴포스트의 유진 로빈슨 칼럼니스트는 “트럼프의 부각은 공화당에서 더 깊고 분명한 분열이 드러나는 징후”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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