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루치 “北 핵포기 안하겠다면 협상할게 없다”

갈루치 “北 핵포기 안하겠다면 협상할게 없다”

입력 2013-02-19 00:00
수정 2013-02-1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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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거부시 강력한 봉쇄정책…정치·경제·안보 모두 대화해야””한반도 전술핵도입·핵무장 부적절…핵연료재처리 반대”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의 주역인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19일 “만약 북한이 어떤 조건에서도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하면 더이상 미국과 북한은 협상할 거리가 없다”고 밝혔다.

갈루치 전 차관보는 이날 아산정책연구원 주최로 서울에서 열린 ‘아산핵포럼 2013’에서 기조연설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 “기회만 된다면 협상과 대화를 통한 해결책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금 북한은 3차 핵실험까지 진행했으며 어떻게 보면 핵보유국”이라면서 “북한과의 협상은 비핵화를 위한 협상이어야 하고 따라서 비확산이라는 목표와도 합치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내에서 전술핵 도입이나 핵무장론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 “정치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면서 “(핵이) 실질적으로 미국 본토에 있건 한국에 있건 핵 억지력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또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의 쟁점인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문제에 대해 “미국도, 한국도 재처리하는 것에 반대한다”면서 “경제적으로 타당하지 않고 기술적으로 문제가 있으며 국제적으로도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긴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갈루치 전 차관보와의 일문일답.

--미국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나 한국의 핵무장론에 대한 견해는.

▲한미동맹은 군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약점이 없는 견고한 동맹이다. 미국의 핵무기를 한반도에 재도입하는 것은 (미국 안보정책) 방향성과 맞지 않는다. 한국의 자체 핵개발은 이웃 국가들에 부정적 영향 미치고 한국에 대한 미국 이미지에도 타격을 줄 것이다. (핵이) 실질적으로 미국 본토에 있건 한국에 있건 핵 억지력에는 큰 차이가 없다. 정치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미국이 한국·일본에 제공하는 핵우산이 찢어졌다는 지적도 있는데.

▲핵우산이 찢어졌다는 표현은 동의하기 어렵다. 한미협정의 일환으로 한국에 핵위협을 하는 어떤 국가에 대해서도 미국이 억지력을 제공한다는 의지는 여전히 견고하다. 한국을 핵무기로 공격했을 때 미국의 보복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는 것은 북한을 포함한 모든 국가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미국의 북핵정책 초점이 비핵화에서 비확산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지적은.

▲지난 이틀간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사실 제가 질문을 이해하기 어렵다. 비핵화와 비확산을 별개로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이 있는데 제 생각에는 우리가 비확산 정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비핵화를 추구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북한은 3차 핵실험까지 진행했으며 어떻게 보면 핵보유국이다. 북한과의 협상은 비핵화를 위한 협상이어야 하고 따라서 비확산이라는 목표와도 합치한다.

--북한 핵 문제와 관련된 군사적 조치에 대한 입장은.

▲거기에 대해서는 매우 유보적인 입장이다. 그것(북핵)보다는 핵물질 이전이 상당히 위협된다. 이미 시리아에 전달되지 않았나. 이런 상황이 제가 보기엔 군사력을 동원할만한 그런 상황이 될 수 있겠지만 상당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1994년 제네바협정이 실패한 협정이라는 평가가 있는데 북한 붕괴가 예측됐기 때문에 이 협정을 맺은 것은 아닌가.

▲실패한 협정이라는 평가는 애석하다. 완벽한 협정은 아니었지만 당시에 굉장히 좋은 협정이었다. 지금 봐도 꽤 괜찮은 협정으로 지난 10년간 북한의 핵개발을 상당히 지연했다고 생각한다.

당시 워싱턴이나 서울에서 김정일이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붕괴 여부에 대한 기대치에 편승해서 한 협정은 아니다.

김정은이 등장한 뒤에도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김정은이 오래 버틸 것이다’, ‘그렇지 못할 것이다’는 이런 기대에 편승해 정책을 할 것이 아니라 현상에 기반해 정책을 해야 한다.

--이란의 전문가가 북한 핵개발에 참여했다는 설이 있는데 이것이 대이란 정책에도 시사점을 줄 수 있나.

▲그렇지 않다. 다른 국가에 정책적 시사점을 주기 위해 어느 국가에 정책을 시행한다는 것은 어렵다. 한 번에 1석 2조를 누리기에는 너무나 어렵고 위험한 상황이다.

--김대중 정부,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간 대북 정책의 차이는 어떻게 보나.

▲한국 정부가 앞으로 대북정책에서 어떤 뉘앙스를 풍길지는 한국 정부에 달려 있다. 다만 새 정부가 들어섰을 때 오바마 정권 또한 한국의 새로운 정권과 굉장히 긴밀한 협의하길 원한다는 것을 유념해달라.

--2기 오바마 정권의 대북 정책은.

▲기회만 된다면 협상과 대화를 통한 해결책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대화에는 정치·경제·안보적 대화가 모두 포함돼야 하고 궁극적 목표는 북한의 비핵화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북한이 어떤 협정에서도 비핵화를 논하지 않고 싶어하고 어떤 조건에서도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하면 더이상 미국과 북한은 협상할 거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남북간에는 긴장 완화를 위한 협상이 있을 수 있겠지만. 미국과 북한 간에는 더이상 나눌 이야기가 없다.

따라서 미국이 참여한다는 협상에는 비핵화에 대한 전제 조건이 있어야 한다. 이런 대화를 진행할 때는 한국과 중국 미국이 초기에 참여해야한다. 일본과 러시아도 언젠가는 포함돼야 하겠지만 초기에는 4개국 대화가 필요하다.

북한이 체제 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게 되면 그때 가서는 북한이 협상을 거부할 것 같다. (그렇게 되면) 더욱 강력한 봉쇄정책이 적절할 것 같다.

--내년에 만료되는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협상에 대한 입장은.

▲만료가 얼마 남지 않았고 국회 통과가 되려면 반드시 조속히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 협정 자체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렵다. 다만 일반적인 의견을 말하면 저는 미국도, 한국도 재처리하는 것에 반대한다. 저는 이것이 경제적으로 타당하지 않고 기술적으로 문제가 있으며 국제적으로도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긴다고 생각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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