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기사회생’…남북관계에도 훈풍부나

개성공단 ‘기사회생’…남북관계에도 훈풍부나

입력 2013-08-15 00:00
업데이트 2013-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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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첫 남북합의…관계 개선 주춧돌 마련 평가이산상봉·금강산 관광 회담 예상…고위회담으로 이어질지 주목

남북한이 14일 개성공단 정상화에 합의한 것은 서로 입장을 적절히 양보함으로써 신뢰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향후 남북관계에 ‘훈풍’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이번 합의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만들어진 첫 남북 합의라는 점에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본격 가동을 위한 주춧돌을 놓은 셈이다.

아울러 개성공단 정상화 문제에 국한된 회담이었지만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남측은 재발방지와 관련해 ‘남과 북’이라는 주어를 합의서에 명시해 그동안의 입장에서 한 발짝 후퇴하는 대신 이번 개성공단 사태가 통행 제한 및 근로자 철수 등 북측의 책임이라는 점을 명시했다.

북측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피해보상 문제를 앞으로 구성될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에서 논의키로 해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음을 받아들였지만 서명 주체와 관련해서는 남북 양측의 실무회담 수석대표를 관철했다.

남측은 그동안 북측에서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과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서명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양측의 입장이 가장 절묘하게 절충된 대목은 합의서 5조로 볼 수 있다. 개성공단의 재가동 시점과 관련해 정부는 출입 및 체류, 투자자산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이후로 잡았지만 북측은 합의 즉시 가동 가능한 기업부터 재가동하자는 입장이었다.

결국 남북 양측은 서로 입장을 병기하는 것으로 절충점을 찾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 모두 한발짝 양보하는 문제해결 전략을 보여줬고 첫 걸음이 좋았다”며 “앞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신뢰프로세스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로 남북관계가 가동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만큼 앞으로 다양한 현안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한 회담을 예상해 볼 수 있다.

북한은 지난달 10일 제2차 실무회담이 열리는 와중에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과 금강산 관광 재개 실무회담 개최를 제안해 왔다.

남측이 개성공단 실무회담을 이유로 적십자 실무접촉만 수용하자 북측은 두 회담 모두 보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따라서 북한이 보류해 놓은 이 두 회담이 이번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로 개최될 환경을 갖췄다는 것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번 합의와 같은 남북관계의 경험을 신뢰의 출발자산으로 삼는다면 금강산 재개를 위한 협의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며 “그 과정에서 이산가족 상봉, 대북 인도적 지원 등 인도적인 요소들이 남북관계의 발전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미연합군사령부가 이달 19일부터 30일까지 연합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실시한다는 내용을 지난 10일 북측에 통보했음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는 것도 남북관계의 진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과거 북한은 한미 연합사가 군사연습을 통보하면 군부나 외무성, 대남기구 등을 통해 비난하고 위협지수를 끌어올렸지만 이번에는 나흘이 지났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

북측이 이번 개성공단 실무회담뿐 아니라 남북관계 전반을 염두에 두고 ‘관리모드’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3일 금강산에서 열린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추모식에 참석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구두 친서를 전달할 것도 이런 연장선에서 이해된다.

하지만 금강산 회담이 열린다고 해서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다. 핵 문제와 5·24조치 등이 여전한 상황이어서 해결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의 선의로 이산가족 상봉 재개라든지 아니면 비무장지대(DMZ) 평화공원 만드는 협의를 시작한다든지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일단 서로 선의나 호의 보여주는 낮은 수준의 협력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단 이렇게 남북 양측이 낮은 급의 회담을 여러 분야에서 하면서 점차 장관급 회담 등 고위급 회담으로 격을 높여 갈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지난번 남북 당국회담이 수석대표의 ‘격’ 문제 때문에 결렬됐지만 이번 회담 타결을 바탕으로 앞으로 신뢰를 쌓아가면 남북관계를 포괄적으로 논의할 회담을 개최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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