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문창극 임명동의안 돌연 ‘뜸들이기’ 왜?

朴대통령, 문창극 임명동의안 돌연 ‘뜸들이기’ 왜?

입력 2014-06-18 00:00
수정 2014-06-18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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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적 제약 보다 ‘정무적 판단’ 필요성 때문인듯문 후보자에 우회적으로 ‘자진사퇴’ 메시지 전달 해석도

중앙아시아를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과 인사청문요청서의 재가를 오는 21일 귀국 이후에 검토하겠다고 방침을 정함에 따라 그 배경을 놓고 여러 해석과 추측이 나오고 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러한 박 대통령의 방침을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에서 이 나라 제2의 도시이자 역사 고도(古都)인 사마르칸트로 출발하는 비행기 안에서 갑작스럽게 발표했다.

민 대변인이 밝힌 ‘귀국후 재가 검토’ 방침의 이유는 “순방 일정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이번 순방이 자신이 밝힌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실현하기 위한 ‘세일즈 외교’ 성격을 띠고 있어서 외교적·경제적 이슈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귀국후 재가를 해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전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는데, 박 대통령의 결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는지는 알 수 없다.

경위야 어찌됐든 민 대변인이 공식적으로 밝힌 부분은 ‘표면적인’ 배경일뿐 ‘진짜 속내’는 숨어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우리나라와 이번 순방 대상국인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사이의 외교적·경제적 양자관계가 매우 민감하거나 첨예하지는 않아서 단순히 일정과 시차 탓에 임명동의안을 검토할 시간이 없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전날은 한국과 우즈베크 정상회담이 길어져서 전자결재의 시간을 놓쳤다는 해명이 그런대로 ‘설득력’이 있었다. 그러나 의지만 있다면 우즈베크 시간으로 18일 아침 일찍 결재를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미룬 것은 ‘기술적’ 문제뿐아니라 고도의 ‘정무적 판단’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낳는다.

제2기 내각의 각료들을 모두 내정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중앙아시아 외교문제에 집중하기 위해 내각통할권자인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인준 절차를 늦춘다는 것도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결국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국내에서 상당한 논란을 빚고 있는 문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재가할 경우 이후에 벌어질 각종 시나리오와 그에 따른 정치적 파장에 대해 숙고의 시간이 필요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문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인 민심이 이미 반전이 어려울 정도로 확산된데다, 적극적인 ‘엄호 태세’를 펴왔던 새누리당 내에서도 친박계 ‘맏형’ 격인 서청원 의원이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회견을 여는 등 문 후보자에 대한 기류가 미묘하게 바뀌고 있는 만큼 일단 시간을 벌어놓고 여론 추이와 당내 분위기를 지켜보겠다는 의도가 깔렸다는 해석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덜컥 재가를 했다가 귀국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악화된 국내 정국과 맞딱뜨릴 수 있는 위험을 피하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박 대통령이 문 후보자에게 자진사퇴를 에둘러 권유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여당 내에 부정적 기류가 확산하고 있어 문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 임하더라도 본회의 인준 표결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특히 애초 순방 중 재가를 하려던 계획을 접고 “재가를 검토하겠다”라며 기존 입장에서 한 발짝 물러선 것은 사실상 “재가를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는 해석도 나온다.

결국 박 대통령의 ‘귀국후 재가 검토’ 입장은 정치적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공을 문 후보자에게 넘겼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이 문 후보자를 낙점하기는 했지만, 철회하는데는 정치적 부담이 큰 만큼 스스로 거취를 정리해 달라는 ‘시간적 여유’를 문 후보자에게 주었다는 지적인 셈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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