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 3종세트’ 강화·‘토빈세’ 도입 급물살

‘외환 3종세트’ 강화·‘토빈세’ 도입 급물살

입력 2013-02-21 00:00
업데이트 2013-02-21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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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당선인 환율 언급 의미는

20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첫 ‘환율’ 언급은 새 정부의 환율정책 방향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끈다. 국제사회의 비난 등을 의식해 시장 개입을 최대한 자제했던 현 정부와 달리 공세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일본 등이 주도하는 세계 환율전쟁에 적극 대응하는 쪽으로 정부 정책이 급선회할 전망이다. ‘한국판 토빈세’(외환거래세) 도입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의 발언 가운데 특히 시선을 끄는 대목은 “일본 엔저 공세가 겹치면서 더 어려운 기업들이 많다”는 언급이다. ‘환율 안정이 중요하다’는 중립적인 표현을 앞세웠지만 국가원수가 특정 화폐 가치를 거론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게다가 발언장소가 무역협회다. ‘우리 기업이 손해보지 않도록’이라는 표현도 덧붙였다. 결국 엔화 약세에 대응해 수출 기업을 돕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외환 당국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재정부 고위관계자는 “(박 당선인이) 외환 당국의 책무가 환율 안정과 외환 변동성 축소라는 점을 다시 확인하면서 (당국에) 부담을 안긴 동시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동안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외환시장에 개입할) 준비는 다 됐다”면서도 ‘방아쇠’는 당기지 않았다.

우선 ‘거시건전성 3종세트’(선물환 포지션 제도,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외환건전성 부담금)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거래세 등 한국판 토빈세 도입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재정부는 한국판 토빈세 도입의 필요성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건의한 상태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 내정자도 토빈세 도입에 적극적이다. 그는 조세연구원장으로 있으면서 “평시에는 낮은 세율, 위기 시에는 높은 세율을 부과하는 2단계 토빈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공교롭게 이날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도 시장 개입성 발언을 내놓았다. 김 총재는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시장의 변동성을 이용해 (해외 자금들이) 투기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외환시장은 움찔했다. 원·엔 환율은 전날보다 100엔당 1.08원 오른 1156.82원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2.7원 내린 1078.5원으로 마감했다. 이건희 외환은행 딜러는 “당국 개입에 대한 경계감이 시장에 팽배했기 때문에 (박 당선인의 발언에) 큰 폭으로 움직이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정대선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최근 열린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가 엔저에 면죄부를 주는 듯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우리 정부만 계속 무방비 상태로 있기는 어렵다고 (박 당선인이)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환율에 대한 당선인의 관심이 확실하게 확인된 만큼 외환 당국의 가시적인 조치가 곧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2013-02-2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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